독후감

[국내]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거야, 조수경

단 연 2020. 4. 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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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를 읽고

w. 단연

(이 글은 악동뮤지션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와 '달'을 들으며 썼습니다. 들으면 글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 추천해봅니다.)

Q. 당신이 당장 한 달 뒤에 죽어야한다면 오늘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당장 내일도, 아주 오래 뒤인 10년 후 쯤도 아닌 바로 한 달 뒤에 당신이 죽어야 한다면 당신은 무슨 행동을 할 것인가?

사실상 이 질문에 뭘 해야할지 고민하는 것만 해도 하루가 족히 걸릴 것이다. 나는 이 생각으로 3달 정도를 곰곰히 고민한 것 같다. 그렇게 고민을 할 때는 '아 그냥 다 포기하지 뭐'라며 체념한 듯 생각이 나지 않던 일들이 잠시 눈을 붙였을 때나 웃긴 영상을 보며 시시덕 거리고 있을 때처럼 별거 아닌 순간에 정말 하고 싶던 일들이 머릿 속에 스쳐지나갔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이라고 해서 엄청 거창한 것을 하고 싶어할 줄 알았는데 아직 나도 나를 잘 모르나보다. 내가 하고싶어하는 것들은 사소한 것들 투성이었다.

첫번째로 하고 싶었던 건 미친듯이 자는 것이었다. 인생에 잠밖에 없는 사람처럼 자는 것. 그래서 병원에서 타 온 약을 먹고 하루 종일 먹고 자는 것 밖에 하지 않는 일상을 성에 찰 때까지 했다. 사실 자는 것보다 생각을 하기 싫었던 것 같은데 어찌됐건 나는 첫번째로 하고 싶었던 일을 성실히 수행했다.

두번째는 사람들과의 연락을 내 마음대로 받는 것이었다. 몇시간이 지나건 하루가 지나건 내가 연락하고 싶을 때만 하는 것. 연락에서의 자유를 가졌다. 내 주변 사람들은 다들 지혜롭고 끈기있는 사람들이라 그런 나를 존중해주는 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때 나는 나를 보지 못했던 것들에서 나를 보기위해 로또 복권을 동전으로 긁듯 가려운 곳을 하나씩 긁어내기 시작했다.

세번째는 하루종일 보고싶은 것만 보는 것이었다. 드라마, 영화 혹은 그냥 멍때리며 풍경을 보는 것이었다. 어쩔 땐 눈감고나서의 검은색이 보고싶어 햇살이 들어오는 창밖 커튼을 치고선 몇십분을 그렇게 있었던 적도 있었다. 아침부터 엄마가 퇴근해서 집에오는 저녁까지 나는 몇 가지 드라마를 미친듯이 봤다. 누워서, 소파에 앉아서, 소파에 기대서, 일어서서, 밥 먹으면서, 폰 보면서 머리가 깨질 때까지 그렇게 봤다.

네번째는 머리 탈색이었다. 젊었을 때 꼭 해보고 싶은 일들 중 하나였다. 미용실에 가서 과감하게 전체 탈색을 했다. 디자이너 선생님은 후회할거라고 말렸지만 나는 꿋꿋하게 탈색을 감행했다. 그리고 그렇게 한 것을 나는 지금까지도 후회를 하지 않는다.

다섯번째는 영상을 만들고 사진을 만져보는 일이었다. 그래서 어도비를 깔고 강의를 들었다. 너무 어려워서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냥 멍때리면서라도 들었다. 어쩔 땐 심장이 너무 뛰고 머리가 어지러워서 끄고 스스로를 크게 책망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끝끝내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래서 브이로그 영상도 만들어보고 여러가지 영상을 업로드하기도 했었다.

여섯번째는 내가 하고싶은 대로 내 공간을 꾸미는 것이었다. 나는 원래 청소도 잘 하지 않고 내 공간을 가꾸는 법을 몰랐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집에서 쉬는 시간이 많다보니 남는 게 시간이었다. 잘 나가지도 않는 집순이인 나를 위해 내가 온전히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전체적으로 방구조를 바꾸고 자주 청소를 하곤한다. 이제는 온전히 내 공간을 만들었다는 생각에 보람찼다.

일곱번째는 글을 쓰는 것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나 혼자만의 글이 아닌, 누군가가 보는 글이었다. 홀로 글을 써온 나로써는 큰 도전이었다. 그래서 가장 마지막에 시도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또한 꼭 해보고 싶은 일들 중 하나이기도 하며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일이기도 했다.

여덟번째는 내가 좋아해 마다않는 전자기기를 사는 것이었다. 나는 전자기기 만지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래서 용돈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면 꼭 돈을 모아서 전자기기를 샀다. 지금 쓰는 폰을 포함해 내 방에 있는 전자기기 개수를 세본다면 보통사람이 가진 평균이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전자기기 리뷰도 써볼 생각이 있다. (그렇다고 조작을 잘한다거나 고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짜 단지 만지고 함께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홉번째는 춤을 추는 것이다. 학원에 다니거나 진지하게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춤을 아주 사랑했던 순수했던 옛시절처럼 그 순간만큼은 다 잊어버리고 빠져드는 것이다. 그로인해 운동도하며 체력도 기르고 내가 원하는 동작을 잘 표현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주기적으로 하고있다.

 

열번째는 영어 공부였다. 이또한 회화나 토익 공부하는 것이 아닌 좋은 팝송을 들으며 가사를 공부하는 것이다. 가사를 보고 어떤 뜻인지 해석을 해보고 맞는 해석을 찾아보는 것이다. 그래서 그 노래가 너무 좋다싶으면 인스타 스토리에 기재해 모두와 공유하는 것. 딱 그 뿐이었다.

 

이것말고도 베이킹해보기, 좋은 향기 알아보기, 좋은 음향에 대해 알아보기, 작은 것이라도 내가 원하는 것이면 꼭 사기 등등 많은 일들을 더 해보고 싶다.

 

 

 

 

이렇듯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해본 것을 지금까지 이야기해보았다.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진짜 별거 아닌 것들을 하고싶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냥 일상을 살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나는 미뤄두고 항상 나중에라는 변명을 붙이면서 하지 않았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독후감에서 하는 이유는 이 책을 읽고 이 질문에 대해 처음 생각해보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내 생일선물 중 하나였다. 평소 책이라고는 잘 읽지 않는 친구의 선물이었기에 더욱 의아했다. 당시 나는 심한 우울증을 앓고있었고 생일 당일에 이 책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한 글자도 읽지 못할정도로 상태가 나빴었다. 그래서 책을 보고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어차피 읽지도 못할거... 마음만 쓰릴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마지못해 흘러가는 하루들의 나날이었다. 날들이 짧고 또 빨랐다. 나만 두고 흘러가는 기분이 나를 더 소외감들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책을 선물한 내 소중한 친구가 맨 앞장을 보았냐고 물어봤다.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책을읽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친구가 맨 앞장만 읽어보라고 권해주었다. 그래서 바닥에 굴러다니는 그 책을 집어 먼지를 툭툭 털어내고선 책 표지를 넘겼다.

 

친구의 진심이 담긴 편지

 

 

그 자리에서 나는 책장을 넘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글을 읽게된 용기를 얻었고 책의 프롤로그와 눈인사를 하게되었다. 프롤로그에서 책의 주인공인 이서우가 남들에게는 흉몽이라는 부엉이 꿈을 꾸고선 자신에게는 부엉이 꿈이 길몽이라고 얘기를 한다. 그 문장은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꽃이 만개하면 그 위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일지도 몰랐다.​
숨의 무게가 두려움의 무게를 넘어설 때, 마침내 떠날 결심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거야' 정면표지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거야' 옆 표지

 

 

나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어 자신을 던진다는 표현을 쓰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저 문장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나무 사이로 빛이 비추는 것 같은 표지와도 굉장히 잘 어울리는 문구라고 생각했다

말을 알아가고 비로소 내 안에 들어있는 생각들을 가장 적합한 단어와 문장으로 연결짓게 됐을 때. 그때의 희열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해.

머리카락 사이로, 피부 위로 바람이 지나갈 때면 '좋다'는 말이 목구멍에서 맴돌았다. 그랬다. 좋았다. 이런 순간은, 정말이지 괜찮았다.

정말 이상해. 왜 나쁜 사람들이 더 잘 사는걸까?

 


내 마음을 흔들 문장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머금고 있던 눈물을 터뜨리게 만든 문장은 다음과 같았다.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그대로 흘리게 되었다. 이또한 책을 읽어보길 바라며 부연설명은 하지 않을 것이다. 저 문장과 마주하는 순간 책을 넘기지 못한 채 울분을 토해내듯 울었던 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이 책을 읽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난 다 읽어냈다. 그리고 다른 책을 읽을 용기와 조그마한 희망까지 함께 품게되었다. 나를 생각해주는 소중한 사람의 사랑과 활자의 위대함을 다시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감격스러웠다.

crástĭnum. 크라스티눔. 내일. 내일. 내일. 그 말이 가슴을 깊이 찔렀다.


 

누구나 인생에 힘든 시기가 온다고 한다. 앞이 보이지 않을만큼 깜깜하고 무서운 시간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나에게 그런 시간들이 왔고 그 시간들은 죽음 앞에서도 까불거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제쳐두고 나부터 이기적이게 생각해버리게 될정도의 아픔과 고통이었다.

나는 이 책을 딱 그런 상황인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 작가님이 이런 우리를 배려한건지 정말 읽기 편한 문구로 글을 쓰셨다. 모르는 단어나 문장이 하나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편안한 글이었다.

 

 

 

세상은 나를 놔두고 자비없이 돌아가지만, 내 세상만은 끝난 것 같을 때 꼭 이 책을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모두 슬픈 눈물이 아닌 위로받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으면 하는 바람을 가득 담아 독후감을 작성해본다.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말을 남기며 말을 줄인다. 이 글을 만약 다 읽었다면 당신의 소중한 시간을 써줘서 고맙다는 말도 꼭 전하고 싶다.

 

 

 

 

작가님의 말

 

 

(P.S. 추천한 노래는 이 책을 선물해준 친구가 좋아하는 노래들로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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