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국내] 모순, 양귀자

단 연 2020. 4. 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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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자 작가님의 모순을 읽고.

w. 단연

 

 

어느 저녁에 책상 위에 책이 놓여져 있었다. 보랏빛과 파란빛이 섞인 바탕에 한쌍의 새가 앉아있다. 책 제목인 '모순'은 흰 글씨로 적어 한 눈에 제목이 눈에 띌 수 있을 법했다. 나는 인생이 늘 모순같다고 생각했다. 우선 내 성격부터가 그랬다. 너무나 미운 행동을 했다가도 세상에서 제일 가는 좋은 성격으로 변하질 않나 한 없이 세상을 더러운 시궁창같은 곳이라고 생각하다가도 하늘 노을을 보고 있자면 그렇게 세상이 잔잔하고 평화로울 수 없었다. 디지털에 미치는 전자제품 미치광이지만 연필로 종이에 쓰는 촉감을 누구보다 좋아하며 이북리더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이 책을 사러 서점으로 향한다.

 

 

'모순' 책 표지

 

 

이 책을 보게 된 이유는 그래서였다. 인생 그리고 세상은 언제나 모순적이니까. 양귀자 작가님은 학창시절 국어 교재에 나오던 '원미동 사람들'의 작가님이다. 그 사실을 알고나니 책이 한층 더 친근해보였다. 그리고 나는 몇 페이지 넘기지 않고도 기억에 남는 문장을 보게되었다.

 

 

내 가슴을 흔든 문장들에 꼬리표를 하나씩 붙이니 책에는 형형색색의 꼬리표들로 덮여있었다. 내가 공감한 이 문장이 당신에게도 전달되기를 바라며 독후감을 써내려 갈 것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놀란건 이 책이 처음 출판된 년도였다. 내가 태어나기도 일년 전인 1998년도 였다.

 

 

 

많은 표시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요즘 들어 가장 많이 우울해하는 것은 내 인생에 양감이 없다는 것이다.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한 알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이제 조금씩 가닥이 잡힌다. 되돌아보면 어제도 우울했고 그제도 우울했었다.

스물다섯 해를 살도록 삶에 대해 방관하고 냉소하기를 일삼던 나는 무엇인가.

 

이건 그냥 나를 훔쳐보고 쓴 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내 삶이 모래처럼 흩뿌려져도 안타까움 하나 없을 것 같다는 생각. 그 생각이 나를 자꾸만 한심하고 별 볼일 없는 인간으로 만들고 있었다. 나는 뭔지 모를 두려움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손 놓고 있었다. 책의 시작은 강렬했다.

 

어쩌면 돈보다 더 아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이었다.

 

이또한 너무 맞는 말이라서 표시를 해두었다. 그 다음 정리한 것은 '사랑'에 관한 것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과 똑닮아있는 글들이 내 집중력을 더 자극시켰다.

 

희미한 존재에게로 가는 사랑.

"꽃을 사랑한다면, 당연히 그 이름을 자꾸 불러줘야 해. 이름도 불러주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냐."

사랑이라는 몽상 속에는 현실을 버리고 달아나고 싶은 아련한 유혹이 담겨있다.

자신이 시간을 화려하게 장식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익히 잘 알고 있는 김장우는 미안한 표정으로 지프의 시동을 켰다.

 

 

 

 

가장 감명깊었던 부분

 

 

 

그리고 마지막 사진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다. 글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안진진'이 일생 처음 사랑을 느끼면서 괴로워하는 장면이다. 나는 이 장면을 굉장히 좋아한다. 누군가 나에게 사랑이 무엇인가요? 묻는다면 저 문장 자체를 얘기하고 싶다. 그정도로 마음에 쏙 들었다.

 

 

 

 

책을 완독하고 나서 마음이 아파 한동안 독후감을 쓸 생각도 하지 못했다. 어른스럽다고 해야할까, 98년도의 얘기임에도 불구하고 99년생의 마음에도 깊은 발자국을 남겼다. 등장하는 인물들 한 명 한명이 고스란히 이해가 갔다. 나는 어른이 되기 싫다. 어쩌면 '피터팬'을 좋아하는 이유도 모두가 행복하고 어른이 되지 않는 나라인 네버랜드를 동경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책은 현실 그대로, 어른의 날 것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것은 지금 내 삶과 비슷한 점이 여러모로 많았다. 스스로 돌아보지 못해 몰랐던 내 삶의 무언가를 알려주며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 들었다. 왜 그런적 있지않나.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들의 얘기가 가끔 내 얘기 같다고 느껴질 때. 그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안진진'의 삶도, 이 글을 읽은 독자들의 삶도 여전히 모순적으로 이어져 나가고 있다. 어디선가 네 인생은 허무하다, 라는 자칫 빈 껍데기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 이 책을 넘겨보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몰랐던 단어들>

*지리멸렬 : 이리저리 흩어지고 찢기어 갈피를 잡을 수 없음.

*구파발 : 서울에 있는 지역 이름.

*흥감하다 : 1. 마음이 움직여 느끼다. 2.흥겹게 느끼다.

*무렴하다 : 1. 염치가 없다. 2. 염치가 없음을 느껴 마음이 부끄럽고 거북하다.

*노회하다 : 경험이 많고 교활하다.

*명구하다 : 사형수에 대한 확정 재판을 이듬 해로 미루거나 그 죄를 감하여 형벌을 가볍게 하다.

*격랑 : 1.거센파도 2. 모질고 어려운 시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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